1995년 4월에 New Scientist 잡지는 'Spiders on speed get weaving'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내용은 거미에게 마약류를 적량 주입 후 거미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았고, 그 결과 마약이 정상적인 거미줄을 만들지 못하게 하며, 약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비교 약물은 마리화나(대마초, Marijuana), 벤제드린(benzedrine), 카페인(caffeine), 그리고 클로랄히드레이트(cholral hydrate)였는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홈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분류기준에 따라 대마초는 대마류, 벤제드린은 암페타민계의 향정신성의약품(각성제), 클로랄히드레이트는 최면성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한다. 카페인은 마약은 아니나 각성제에 해당한다.
네 가지 약물에 노출된 거미가 거미줄을 친 모습을 비교한 사진 네 컷이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mg14619750-500-spiders-on-speed-get-weaving/ 에 올라와 있는데, 정상적인 거미줄에 더 가까운 순으로 표시하면 마리화나>벤제드린>카페인>클로랄히드레이트였다고 한다.
마리화나를 복용한 거미는 느긋하게 거미줄을 짜는데 치중했으나 완성도가 떨어졌고, 벤제드린에 노출된 거미는 여기저기 큰 구멍이 많았으며, 카페인을 섭취한 거미는 일정하게 돌려짜는 것보다는 거의 무작위로 서로 연결하는 정도에 그쳤고, 클로랄히드레이트를 복용한 거미는 돌려짜는 일을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떨어졌다고 한다.
어쩌면 특이한 것은, 최소한 거미의 경우, 카페인이 마리화나 등에 비해 더 심각한 부작용을 보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기사의 내용을 보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약물을 어떤 식으로 얼마나 주입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정확히 과학적인 비교 연구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아무튼 그래도 꽤나 재미있는 결과이고, 그래서 최소한 당시에는 거미줄 패턴을 컴퓨터 프로그램과 연결하면 나름의 정확한 독성 테스트 방법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추신: 최근 뉴스위크(Newsweek)의 2021년 9월 2일자 기사를 통해 NASA에서 거미줄과 마약의 관계에 대해 실험했다고 하면서 그 결과 사진을 SNS에서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여럿 있어서 이것이 사실인지를 조사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는데(https://www.newsweek.com/fact-check-did-nasa-test-drugs-spiders-making-webs-1623214), 결론은 사진이 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실제로 그런 연구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